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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13 위로공단: 감각적인 이미지로 비춘 여성노동자의 역사



계기는 정기구독하고 있는 시사IN의 기사, "다큐의 바람이 분다...당신을 위한 네 편의 영화" 였다. 9월 동안 열리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제들과 관련하여 추천할만 한 영화들 네 작품을 소개하였는데, 그중 특히 시선을 끈 것이 바로 이 "위로공단" 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미술상을 받았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주 배경이 내가 지난 3년간 일하고 살아왔던 구로공단과 (지금은 가산디지털단지로 바뀐) 가리봉동이라는 점에서, 아 이건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또는 그런 척을 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국내에서 가장 큰 공단이었던 구로/가산이 어떤 곳이었는지 제대로 마주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냥 중국인, 외국인노동자가 많고 중소IT기업의 무덤이라는 것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을 뿐.


※이후 사진은 별도의 언급없이는 다음영화에서 제공되는 "위로공단" 스틸컷임[다음영화 링크]


지난 주에 "오피스" 라는 다소 괴상한 영화를 본 바람에, 제대로 된 영화를 보고싶다는 욕심이 들었던 터에 급하게 상영관을 찾아보았지만, 이런 독립영화는 늘 그렇듯이 시간대도 상영관도 잘 없어서 급하게 아침부터 이천에서 버스타고 와서 이수역 아트나인에서 보게 되었다.


노동문제의 본질



이 영화의 주 골자는 어디까지나 다큐멘터리, 노동운동을 했던 또는 진행 중인 여성 노동자들의 인터뷰와 관련 자료들이다. 70년대 직공들이 얼마나 가혹한 현장에서 인간이 아닌 부품으로 대우받고 힘든 노동을 해왔는가, 노동운동은 절대 욕심이 아니라 생존권, 인권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폐허가 된 과거의 흔적들은, 당시의 사건들은 이미 끝난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모습을 달리하여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되어 친숙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 파견/비정규직이라는 형태로 노동권을 짓밟는 행위들. 기륭전자 해고문제.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카트", 웹툰 "송곳"으로 익숙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협상과 이랜드 홈에버 해고문제.


당신에게 '일'은 무엇입니까?



거기에 다산콜센터 직고용 문제와 스튜어디스 인권 문제 사례를 포함하여, 현대 노동의 문제는 육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감정노동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이라는 것의 주체인, 감정이 있는 '사람'을 빼먹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실 위의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충격적인 것은 바로 캄보디아에 있는 직공들 이야기였다. 70-80년대 구로나 가리봉에서 행해지던 그 착취 행위가, 그 때만큼 심하지는 않다고하나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 반복되고 있었다. 특히 캄보디아 한국 의류공장에서 임금상승에 대한 시위가 있었을 때,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실제 총을 발표하여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있었고, 여기에 해당 한국 의류기업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마저 있다. 


이주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 등으로 이미 사회문제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지만, 한민족이라는 허구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배타적 이기주의 틀에 갖혀 이자스민 의원 때처럼 되려 혐오의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현대 글로벌 시대에서는 국내 회사들이 싼 인건비라는 명목으로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법인으로도 노동운동의 시선을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정적인 이미지를 통한 관객과의 대화



이런 노동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메세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터뷰와 관련 자료 중간중간에 나오는 여성노동자를 형상화한 다양한 이미지들이다. 위 스틸컷과 같이 젊은 여성이 눈과 귀를 막은 모습으로 노동자들이 처한 절박함을 전달하는, 일종의 행위예술적인 장면들도 인상적이지만, 떼지어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이나 개미를 이용해 다소 차분하게 이미지화했다. 그리고 관련 사건들을 재구성하기보다는 그들이 지내온 공간을 독특한 색감으로 보여주면서 영상미를 추구함과 동시에, 사건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좀더 차갑게 바라보게 하면서도 관객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며 대화하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 때 컷 구성도 확실히 일반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인물 표정 클로즈업이 아닌 다소 관망하는 듯한 카메라 무빙이 인상적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외치는 현 시점에서...


최근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고, 결국 9월 13일 저녁에 결국 노사정위원회에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조건 완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경향신문 "[속보] 노사정 일반해고 취업규칙 타결...대타협 협의" )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하는 것이고, 취업규칙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경제가 저성장이 지속되어 청년층의 일자리가 없으니 나이 많은 사람들이 좀 양보하자라며, 특히 연일 대형노조를 때리면서 언론플레이한 결과가 결국 먹힌 것인데. 임금피크제 같은 경우는 어느정도 공감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이겠다며 홍보한 것이 대부분 청년인턴제와 같은 비정규직 중심이라는 점을 비추어 보았을 때, 과연 그 저의가 진정 노동자를 향한 것인지, 기업을 향한 것인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위로공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해당 내용들에 대한 법규가 지정되어 있던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노동권을 무시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는데, 과연 이를 완화했을 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될 것인가. 


이런 시점이기에 "위로공단"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다. 특히 여타 노동관련 영화들처럼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그 방법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다소 차분한 시선에서 국내 노동사에 대해서 쭉 보여주면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계속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노동의 개념을 확장시켜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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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m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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