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벌써 3년이 넘어가는 스카이프 친구들이 있다. LOL 같이 하면서 이리저리 알게된 친구들인데, 안양에 사는 남도일, 수원에 사는 줄진과 키카, 부산에 사는 아누와 땅땅이다. 줄진과 키카만 조금 나이가 어리고 다 비슷비슷한 87년생에 취미생활도 콘솔게임과 애니로 비슷해서, 시간 맞으면 스카이프로 잡담이나 하고, 종종 서울이나 부산에서 만나기도 하는 사이다.


그 중 무척이나 일본에 (동인지 사러) 가고 싶어하던 키카와 오사카만 2번 가본 아누가, 12월 18일에서 21일, 3박 4일로 일본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나도 덕후로써 언젠가 일본 한 번 가고 싶어하던지 터에, 올 해가 지나면 더 이상 어디 여행가기도 쉽지 않겠다 싶어서 여기에 참가하였다. 당시 만사가 귀찮았던 터라 예약이나 일정 등 여행에 대한 일체를 아누랑 키카에게 맡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최소한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는 더 알아봐야 되지 않았나 싶다.


나와 키카는 서울 김포에서, 아누는 부산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였다. 상대적으로 젊어서인지 일본이 그렇게나 가고 싶었던건지 키카는 전날 밤을 샜다고 하더니, 엉뚱하게 국내선에서 일본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많아 큰 문제는 안 됐지만.


요즘 땅콩의 창조경제 효과를 누리게한 대한항공


우리가 타게 된 비행기는 대한항공. 땅콩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예약한 거라 취소할 수도 없었다. 마침 비상구 쪽 좌석이라 대기하고 있는 승무원께 땅콩 있냐고 묻고 싶었는데, 키카랑 땅콩 이야기할 때 승무원 표정을 보니 좀 말하기 무서웠다. 


김포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까지는 대략 2시간 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예약한 쉐라톤 미야코 호텔까지는 마침 바로 가는 공항 리무진 버스가 있는데, 오사카 대표 관광호텔 정도 되나보다. 이 공항 리무진 버스 타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일본어 실력은 참 빠르게도 다 뽀록 났는데, 그냥 우리나라 버스처럼 돈을 내고 타려고 했는데 사실 티켓 자동 판매기에서 따로 사야하는 것이었다. 돈 어떻게 내냐고 물어보는데, 그냥 간단한 단어 같은 걸로 소통해도 되었을 것을 굳이 문장으로 만들다가 의미가 괜히 잘못 전달 되었던 것 같다. 워낙 일본어 게임이나 애니로 청해는 자신 있었던 일행들이었지만 확실히 직접 말로 하려면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나라든 바다는 보기 좋다의외로 오사카 변방에는 공장이 많았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인공섬 위에 만들어진 공항이라 호텔로 가는 길은 쭉 해안도로였다. 1시간 좀 넘게 버스를 타면서 본 오사카 해안 쪽 풍경에는 의외로 공장이 많았다. 막연히 오사카를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정도라고 알고 있었기에, 있어봤자 운수 창고 등이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대부분 공장이었으며 검은 연기를 뿜는 것들도 눈에 보였다. 우리나라는 일부러 미관상 연기색깔 희게하려고 별 짓을 다 하던데 저거 환경에 문제 없는건가? 가는 길이 꽤 길었기에 별별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들었다.


곧 크리스마스구나...1일차 대략적인 경로


도착한 오사카 쉐라톤 미야코 호텔은 꽤 좋은 곳이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오사카 우에혼마치 역과 바로 붙어있는 데다가 바로 옆에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다. 으리으리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이런 때에 남자 셋이서 뭐하냐는 약간의 자괴감에 빠지게 하였지만. 특이하게도 체크인이 오후 3시부터로 꽤 늦기에, 일단 짐만 맡기고 첫 번째 목표지점인 오사카 성으로 향했다. 


오사카 박물관 앞"이차원과 일본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하철로 오사카 성이 있는 타니마치 욘초메 역으로 가니 우선 오사카 역사박물관이 나온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우타와레루모노(칭송받는자)'에서 본 것 같은 옛날식 일본 초가집이 보였다. 이 때부터 뭔가 일본에 오긴 왔구나 하는 현실감이 들었고, 나도 키카를 따라 밑도 끝도 없는 드립을 치기 시작했다.


오사카 박물관에서는 마침 '2차원과 일본도 전(展)'이라는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일본도가 나온 일러스트와 모델이 된 일본도를 같이 전시해놓은 것 같았다. 대충 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이누야샤'나 '무한의 주인' 같은 그림들이 같이 전시되는 것 같아서 정말 가고 싶었는데, 본래 일정에 없던 곳이라 일단 패스했다. 나중에라도 시간 남으면 갈까 생각했었지만, 종료시간이 오후 4시라 결국 다시 갈 일은 없었다.


오사카 박물관과 NHK 건물불현듯 감시카메라를 쫓게 되는 와치독 효과


오사카 박물관 뒤에는 꽤 큰 NHK 방송국이 있었다. 헬리포트가 있는 것이 멋있기도 했지만, 일본의 특성인지 지진 때문인지 대부분의 건물들이 낮고 좁았던 터라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근데 저 큰 건물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으로 감시카메라가 없나 좇고 있었다. '와치독'의 일부 수집요소 때문에 걸린 노이로제다, 으윽.


오사카성 내부 일부는 공사중이었다내겐 전국바사라로 친숙한 오사카성


드디어 오사카 성이다. 이번 여행에 들린 곳 중에서는 내게 가장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전국바사라 3'의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이 음침하게 그려진 오사카성과, 연달아 '히데요시 사마~!'를 울부짖던 깻잎 머리 이시다 미츠나리 덕분이 아닌가 싶다. 내가 고생한 스테이지이기도 하다보니.


들어가기 전 공원에서 찍은 오사카성일본 3대 명성이라더니 크긴 컸다


전국바사라나 전국무쌍에 나온 것처럼 살벌한 모양일까 생각했지만, 흰색 바탕으로 상당히 차분한 느낌이었다. 해자가 마치 호수 같아서 그런지 전투 목적의 성보다는 유유자적하는 별장용 궁궐 같기도 했고. 오사카 전투 이후 오사카 성은 파괴되고 그 후에도 몇 번의 개축 및 복원 작업을 거쳤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일본의 3대 명성이라더니 확실히 보는 맛도 있었고 일본 건축물 특유의 인공미 같은 것은 느껴졌다.


유명한 5층 천수각전국무쌍 4에는 이런 모습으로 나온다


성 내부로 들어가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의외로 넓었다. 성으로 들어가는 길에 외벽에 공사 중이라고 흰 천이 둘러져 있어서 이거 구경도 못하는 거 아닌가 해서 걱정을 했었지만, 다행히 내부는 다 공개되어 있었다. 가는 길에는 딱히 볼 것 없고 5층 천수각이 나왔는데, 실제로 보니 꽤 장엄했다. 게임으로는 늘 다 무너져가는 모습으로만 접해서 그런가.


흰 색 베이스에 맨 위층만 검은 색이다효우게모노에 나오는 도요토미 때 천수각


오사카 성의 천수각은 '효우게모노'라는, 전국시대 당시 다도문화에 대한 애니에서도 접한 적이 있다. 오른쪽 캡쳐와 같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으로 꽤 화려한 모습이어서, 애니에서 주인공인 오리베가 좁고 자연스러운 차실을 추구하는 풍조인 시대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만든 노골적인 화려함에 큰 천수각을 보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씬이 있었다. 오사카에서 볼 때에는 그냥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글 쓰면서 찾아보니 나름 사연이 있는 형태였다.


오사카 전투에서 이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의 것을 부정하고 자신의 위엄을 알리기 위해 성을 흰색바탕으로 재건축하였는데, 2차 세계대전 중 내부에 군수시설 등이 있어서 미군 포격으로 다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다시 현대에 들어와서 복원하였는데, 일부러 1~4층은 흰색 바탕의 도쿠가와 양식을 따르고 5층은 검은색 바탕의 도요토미 양식으로 만든 것이 바로 지금의 천수각이란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누 말로는 이렇게 복원 및 개축을 거치면서 기존의 형태와 너무 달라져서 유네스코에 등재되지 못했다고 하던데, 내부도 철근에 콘크리트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효우게모노에서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재건축하면서 양식을 바꾼 사연에 대해서, 이에야스의 검소한 성격 때문이라고 했던 것 같다. 당시 검은 색은 옷칠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상당히 귀한 색깔이었고, 이에야스는 황금 같은 사치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랬던가. 어디서 줏어들은 거라도 있으니 관광하는 데에도 괜히 더 흥분되었다. 전국시대에 대한 애니메이션으로 효우게모노만 한 명작이 없으니, 관심있으면 꼭 보길 추천한다.


천수각 내부는 박물관으로 되어있어 안에 들어가 구경도 할 수 있다는데, 아누 말로는 별로 볼 것도 없다고 했다. 입장료도 있고 첫 여행지라고 힘이 들어가 좀 시간을 오래 보내다보니 지쳐서 들어가 보지는 않고 대신 옆에 기념품점 구경이나 했다.


기념품 점에 검을 당당히 팔 줄이야마네킹 멋지다


기념품 점에서는 전국시대와 연관하여 각 가문의 문양이 들어간 손수건이나 잡다한 과자, 동전 지갑 등 기념품 다운 것들을 팔고 있었다. 구석에 보니 칼도 팔고 있었는데, 비싼 가격에도 사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친절하게 칼 수입이 가능한 국가들을 일일이 표시해 놓았다. 그 외에도 수리검이나, 뭐 와패니즈들이 아주 좋아할 품목들이 많이 보였다.


칼은 그냥 신기해서 찍었는데, 와우, 오른쪽 사진의 마네킹 센스가 정말 끝내줬다. 전국시대 투구에 후드 입고 저 껄렁한 표정이라니.


이렇게 대충 오사카 성을 둘러본 우리는, 일단 호텔로 돌아가 체크인을 하고 다음 (진정한) 목적지인 덴덴타운을 가기 위해 준비하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아시아 일본 | 오사카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Gimmi

블로그 이미지
한국어화: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씨프(2015).
Gimmi
Yesterday35
Today100
Total243,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