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1월 29일, 강풀의 원작만화([링크])에서 시작하여 5년간의 진통을 겪어 태어난 영화 <26년>이 개봉하였습니다. 본인은 2006년 당시 대학교 2학년 때 운동권 학회를 통해 원작만화를 처음 접했었고, 이후로 강풀이란 만화가의 팬이 되었었죠. 


그런데 그것을 영화화한 작품이, 크랭크인 직전에 투자금이 빠져서 엎어질 위기에 쳐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개봉하고 싶어서 대국민 펀딩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든 돕고싶은 마음에 5만원을 냈었습니다. 당시에 꽤 화제가 되었고, 1980년 5월 16일 광주에 있었던 일을 알리고픈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국민 펀딩은 목표금액을 채우지 못하고, 후원금은 환불받게 되었죠. 그러나 이를 계기로 26년을 후원하고자 하는 다른 개인투자자분들이 합류하여, 결국 이번에 개봉하게 된 것입니다. 하여간 정말 개봉일만을 기다리던 작품이고, 드디어 오늘 친구랑 홍대입구역 롯데시네마에서 보게 되었네요.


'그분'에 대한 분노


<트로피코 4>란 게임이 있습니다. 심시티와 비슷한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인데, 독재자가 되어서 트로피코라는 외딴 섬을 경영하는 게임 시리즈의 최신작이죠. 게임 점수는 경영 도중에 자신이 해외 스위스 계좌로 빼돌린 돈의 액수에 따라 결정되는, 독재자들에 대한 풍자가 목적인 게임입니다. 최근 스팀할인도 했고 유저한글화를 통해 한글로 즐길 수 있기에 국내에도 즐기는 분들이 많죠. 로딩 중에는 독재자의 명언도 나오고요. 거기에 '그분'의 말도 나타나죠.



위의 스크린샷과 같이 말이죠. 516 광주참사를 만들고, 후 재판을 통해 억대의 추징금을 지불하도록 판결받았으나 전 재산이 29만원이란 명언을 남기며, 그걸로 고급차를 타고 골프도 치고다니면서 전직 대통령으로 아직도 살아있는 권력으로 존재하는 그분, 이 영화는 그분의 만행을 폭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각주:1]






516 당시 아비규환의 현장, 거기서 남은 자들의 고통, 또 당시 그런 명령을 집행해야만 했던 자들의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을 보며 자라온 이들의 분노와 고뇌. 그리고 그일을 자행한 당사자의 뻔뻔함.


영화라 그런지 원작영화에 비해 더 강렬하게 묘사되고, 덕분에 몰입해서 보다보면 계속 그 상황에 대한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괜찮고. 전 요즘 가뜩이나 눈물이 많아져서 정말 보는 내내 울기만 했어요. 


516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분이 제대로된 사과를 하고 합당한 벌을 받지 않는 이상,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그분이 아직도 살아있는 권력으로 행동하고, 그것을 보호해주는 우리나라의 공권력에 대한 분노. 그것은 상당히 노골적이어서, 영화에 대한 외압이 충분히 있을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516과 전두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일깨우는 것에는 확실히 성공한 영화입니다.


우리가 가져야할 고민은?


하지만 이 영화, 좀 아쉽습니다. 원작만화도 본지 오래되어서 원래 이런 내용이었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노, 슬픔, 허탈과 같은 감정적인 면에만 충실하여, 516이 정확히 어떻게 발생하였는가, 그것에 담겨진 의미는 무엇인가,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풍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516의 장면도 그렇습니다. 조금 입모양과 목소리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점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으면서 그 장점을 크게 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해야하나요. 당시의 공포나 광기, 분노를 좀더 이미지적이나 색감으로 표현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긴한데, 단순히 본 영화의 공백을 채우고 잔인한 장면 묘사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거북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애니메이션이지 처음에 의아해 했지만 찾아보니 제작비 문제가 걸려서 그렇게 재현했다는군요 .이런 식으로라도 국산 애니메이션이 스크린에 조금씩 드러날 수 있는 점은 기쁘지만요. 


또 아무래도 원작에 비해 많이 압축되다보니 장면 전환이 빠르고 내용이 좀 급전개하는 면도 아쉬운 점이네요.


다시 확인한 사회적 주제에 대한 지지




앞서 부정적인 말을 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가지는 의의는 큽니다. 위의 마지막 스탭롤에 보여지는 것과 같이 1만 5천여명 이상의 국민들이 함께 영화를 만들었고, 그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확인할 수 있었죠. 특히 최근 용산참사를 다룬 <두개의 문>이나 김근태씨가 당한 고문에 대한 <남영동1982>에 대한 호응과 함께 더이상 정치적 주제가 독립영화에서만 맴돌 주제가 아니라 일반극장에서 상영될만큼 대중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어찌보면 예술인, 영화인들의 정치에 대한 자각이 표출된 것일 수도 있겠구요.




너무 감정적인 면만 자극하고 애매한 결말이 아쉽지만, 아직도 진행형인 516과 독재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이키는 영화 <26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이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적인 측면에서도 볼 만한 영화고, 추천합니다.



26년 (2012)

7.8
감독
조근현
출연
진구, 한혜진, 임슬옹, 배수빈, 이경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35 분 | 2012-11-29
글쓴이 평점  


  1. 이명박의 명언도 나온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Gimmi

블로그 이미지
한국어화: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씨프(2015).
Gimmi
Yesterday35
Today99
Total243,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