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CINEMA DIGITAL SEOUL, CINDI, 이하 '신디 영화제')가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9일간에 걸쳐 압구정 CGV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다양한 단편작들과 내실있는 신인 및 영화의 발굴이란 주제로 해온 영화제라고 하더군요. 저로써는 연상호 감독님의 <창>을 보기 위해서 어쩌다 들리게 되었지만, 정말 요즘 한국 애니메이션 쪽에 뜻을 갖게 되면서 알아보다보면 이렇게 다양한 인디 단편 영화를 위한 영화제가 존재하고 그것들을 접할 기회가 많음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수도권으로 한정되어 있지많요. 


제가 본래 보고자 했던 창은 30분이란 짧은 러닝타임 때문인지,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인 이성강 감독님의 <저수지의 괴물>에 이어서 방영하였습니다. 뭐 저야 이런 기회는 많으면 좋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26일 압구정 cgv에서 보았습니다.


동화같은 따스함, <저수지의 괴물> - 이성강




"산으로 둘러싸인 어느 저수지에 아무도 본 적 없는 괴물이 외롭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저수지를 찾아온 한 어린 꼬마가 괴물과 만날 뻔 했지만, 괴물은 자신의 무서운 모습을 보고 꼬마가 놀랄까 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 후 세월이 지나가고, 이런 저런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저수지를 머물다 떠나갔어도 여전히 괴물은 외톨이로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괴물을 알고 있는 한 사람이 다시 저수지를 찾아온다."                                             -신디 영화제 공식 카탈로그


전 처음 이성강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못 알아뵜는데, 사실 제가 DVD로 가지고 있는 <마리 이야기>와 <천년여우 여우비>와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감독하신 매우 저력있는 분이십니다. 단편 애니로는 <덤불 속의 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진출하기도 하셨다는군요. 아 최근에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이런 망발이...애니메이션 쪽으로는 상당히 동화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보여주신 한편, 실사 영화로는 <살결>과 같이 다소 살색의 어른스러운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셨습니다. 오늘 상영 후 QA가 이성강 감독님이어서 듣다 알게되었는데, 원래 예술운동? 하여간 사회 관련된 그림을 그리던 화가셨는데 미디어의 한계를 느끼고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게되었다고 하더군요.


총 11분인 본 단편은 전체적으로 위 스틸컷처럼 모노톤으로 되어있습니다.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칠한 것 같은 동화적인 느낌에 연출자체도 화려하지 않고 잔잔하게, 나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진행해 갈수록 그 주변 감정에 따라 모노톤의 전체적 색깔이 조금씩 변하죠.


내용적으로 크게 전달하려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QA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이성강 감독님이 기획안을 짜던 도중, 기분 해소하려고 11개월간 혼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구요, 말 그대로 감독님이 바라는 그저 따스한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약간 사회적 단면이 보이려하나, 그건 정말 일부이고 오히려 뚱딴지같이 여겨질 정도로 무난하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오히려 이 안에서 계속 뭔가 밝혀 내시려는 QA 진행자분의 이야기가 조금 불쾌할 정도로 말이죠. 11분이라는 짧은 단편인 만큼 여러가지가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고 제가 못찾은 것일 수도 잇지만, 제가 봤을 땐 그저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하려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좀 불만이긴 하지만, 뭐 일본 애니에도 소위 '치유계' 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아리아> 시리즈나 <나츠메 우인장> 시리즈 같이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그런 의미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모노톤을 지나치지 않게 잘 변형해서 쓴 것도 좋았구요.


군대 문제에 대한 가해자의 시각, <창> - 연상호




"모범분대를 자랑하던 정철민 병장의 분대에 어느 날 관심 사병인 홍영수 이병이 들어오면서 갈등이 생긴다. 정철민은 열성을 보이지 않는 홍영수를 열심히 교육 시키지만, 중대의 훈련에서 홍영수 때문에 전체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정철민은 홍영수를 구타하게 되고 홍영수는 자살기도를 한다. 중대장과 정철민은 홍영수의 자살미수 사건을 홍영수의 책임으로 전가하려 하지만 대대장은 정철민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정철민의 분대는 해산하게 된다." 

                                                                                         - 신디 영화제 공식 카탈로그


작년 <돼지의 왕>을 통해 사회의 단면을 다소 불편한 시각으로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던 연상호 감독님의 새 단편입니다. 본작은 단편집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로 유명한 최규석 작가님이, 연상호 감독님의 경험이 깔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차별과 인권에 관한 여덟 작가분들의 단편집 <사이시옷>에 만화로 실렸던 작품입니다. 그것이 이번에 단편 애니로 만들어졌고, 극장 상영은 따로 예정이 없으며 접근성을 위해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9월말 인디애니페스트에서도 공개될 것이라 하지만 일단 기회생길 때 극장에서 보고 싶어서 신디 영화제로 보러 오게 되었습니다.




30분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도 연상호 감독님 특유의 카툰렌더링을 다듬은 영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위 테스트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작들에 비해 좀더 자연스러워지고 보기 나아진 것 같네요. 실제로 처음에 약간 위화감을 제외하면 금방 몰입하게 됩니다. 그만큼 시나리오가 잘 짜져 있고, 구도도 좋으며, 성우분들의 연기도 현장감이 넘칩니다. 


현재 회사다니며 병역특례 중인 저도 공감하고 주인공의 처지에서 보게 될 정도로, 군대 이야기라고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면 못알아들을 남자들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위 카탈로그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말년병장에 신입이 관심사병이 들어와서 꼬인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군 폭력인 가해자인 병장이기에 피해자인 이등병에게는 '너 맞을 짓 했네' 이런 생각도 들지만,   대대장이 병장에게 책임을 가하고 모든 것이 거기에 맞춰지면서 느끼게 됩니다. 가해자도 곧 피해자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고.그리고 마지막 부분이 하이라이트인데...카탈로그에 언급되는 내용은 아니니 나중에 보실 분을 위해 넘어가겠습니다. 


어떤 리뷰에서는 '집단주의 속에서 가해지는 당연한 차별'을 보여준다고 하더군요. 전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은 같은 것일 줄 몰라요. 전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분법적 논리를 싫어합니다. 사회문제에 있어서는 선, 악이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살도록 당연하게 만드는 체제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뭐 사실 이것도 결국에는 그 체제속에 살고 있는게 우리 인간이니...제가 사람들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라 찔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구요. 학부생 때는 술마시는 데 빠지고 엠티 답장 잘 안하고 그런 사람들 무지 싫어했어요. 지금도 약간 그렇긴 하군요. 


이 작품이 전하는 메세지가 또렷하지 않고, 불편한 현실을 다소 러프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우리를 고민하게 합니다. 연상호 감독님 작품은 그렇기에 이런 문제제기에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초에 개봉한다는 <사이비>란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한국적인 애니메이션 - 이성강 감독님과의 QA


QA의 대부분은 저수지의 괴물 리뷰에서 써냈습니다. 그외의 것들은 제가 느끼기엔 좀 주제를 많이 벗어난 신변잡기적인 질문이 많았다고 생각하여 생략합니다. 대신 진행요원 분들 중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목표라는 한 분의 질문에서 제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하나 나와서 소개합니다.


Q: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 같은 경우는 미국이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나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일본 토속적인 소재의 사용이 있어서 라고 생각하는데, 마리 이야기나 천년 여우비를 통해 토속적인 색채를 내왔던 이성강 감독 입장에선 어떤 소재가 한국적이라고 여기는가?


A: 나는 한국적 소재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여 태극무늬나 기와 단청 등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 우리가 이야기를 쓸 때,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를 다루게 되고, 거기에 결국 우리 주변의 삶, 즉 한국이 묻어난다. 굳이 한국적 소재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대신 감독색을 잘 어필할 수 있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여긴다.


가끔 TIG와 같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한국적인 게임이라는 소재로 토론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성강 감독님 말씀처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게 되면 그만큼 한국의 문화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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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m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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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화: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씨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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